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 <인스턴스 던전 : 회색 지대 Instance Dungeons: Gray Zone> 가 2026년 9월 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에서 성대하게 개막했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 당일에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장, 큐레이터, 예술가, 언론 관계자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대만 파빌리온의 국제 비엔날레 무대에서의 새로운 면모를 지켜보았다.
국립대만미술관(NTMoFA) 관장 천쾅이(陳貺怡, CHEN Kuang-Yi)는 오늘 광주에서 <인스턴스 던전 : 회색 지대>의 개막을 맞이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회색 지대’는 답이 모호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예민함과 사유, 그리고 판단력을 유지해야 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예술의 중요성이 있으며, 예술은 평소 간과되기 쉬운 디테일을 발견하게 하고, 익숙해진 질서에 다시 질문을 던지게 하며, 서로 다른 경험들이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광주는 특별한 역사적 기억을 지닌 도시로서, 자유와 존엄, 그리고 표현의 권리는 결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각 시대마다 새롭게 실천되어야 하는 가치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 파빌리온’이 오늘 이곳에서 개막하게 된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대만 파빌리온 큐레이터 천샹원(陳湘汶, CHEN Hsiang-Wen)은 대만 파빌리온이 개막 전 다소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팀의 노력으로 예정대로 순조롭게 개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스턴스 던전 : 회색 지대>는 대만 작가 9인이 참여한 전시로, 그녀는 이 전시 제목이 최근 사건으로 인해 급히 바뀐 것이 아니라, 대만인들이 복잡한 역사와 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오랫동안 마주해 온 과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광주를 찾은 관람객들도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ACC와 광주비엔날레, 그리고 준비 과정에서 도움을 준 국내외 모든 이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만 예술가, 광주에 모이다: 아카이브 해체와 기술 매체로 제1도련선의 지정학적 시선에 정면으로 맞서다
제1도련선에 위치한 대만은 오랫동안 지정학적 ‘회색지대’의 시선에 놓여 있었다. 국립대만미술관의 최근 전시 <인스턴스 던전과 조준기 Instance Dungeons and Sights>를 토대로 한 <인스턴스 던전 : 회색 지대>는 신냉전 구도 속 세계적 혼란 속에서 대만이 지닌 복잡한 역사·정치적 맥락과 전략적 위치를 한층 더 깊이 탐구한다.
이 전시는 ‘던전’이라는 개념을 은유화하여, 세계적인 권력 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얽히는 역사와 갈등의 공간으로 간주한다. 출품작들은 대만의 정치적 서사와 집단 기억에 정면으로 맞서며, 아카이브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동시에 국경을 초월한 이주와 지정학적 경쟁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점차 양극화되는 이념과 냉전 체제 아래 억압되어 온 역사적 망령을 풀어놓는다.
2023년 오스트리아 아르스 엘렉트로니카에서 S+T+ARTS 부분에 입선한 정셴위(鄭先喻, CHENG Hsien-Yu)의 작품 <빛의 추적>은 인공지능이 구동하는 광선 설치 작품으로, 컴퓨터 비전과 실시간 인체 추적 기술을 통해 스포트라이트가 공간 속 모든 행인을 따라다니게 한다. 이 작품은 감시의 논리를 시적인 ‘목격’ 행위로 전환하는 동시에, 인간이 의사결정을 자동화 시스템에 맡기게 되면서 도덕성과 공감의 신체적 감각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루안바이위안(阮柏遠, JUAN Po-Yuan)은 신작 두 점을 선보인다. <‘프론타 나 마소’아래에서 코를 찾아서>는 프라하 레트나 공원 앞 옛 스탈린 기념비 지하 공간의 얽히고설킨 역사적 기록과 변화하는 도시 전설을 AI에 학습시켜, 알고리즘 논리가 역사적 트라우마의 공백을 메우려 할 때 드러나는 ‘실어’와 ‘기능상실’을 탐구한다. <그라인딩_tw>는 대만 냉전 시기 군사 폐허의 온라인 아카이브를 생성형 이미지 AI에 학습시키는데, AI가 실제 전쟁 유적을 1인칭 슈팅 게임 속 장면으로 오인함에 따라 대만의 군사 기지는 알고리즘 속에서 출구 없이 스스로 생성되는 무한 던전이 된다.
2015년부터 함께 작업해 온 쉬저위(許哲瑜, HSU Che-Yu)와 천완인(陳琬尹, CHEN Wan-Yin)은 영상 작품 <작은 집 a>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대만이 과거 핵무기 원료를 비밀리에 제조했던 시설 ‘플루토늄 분리 공장’을 다룬다. 두 작가는 핵무기 프로젝트로 오염된 지역인 핵연구소 인근 칸진 마을 집회소를 방문해, 당시 핵무기 연구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와 문화 활동가, 소극장 배우들을 초청하여 봉쇄·매장·복원의 공간 기술을 함께 다시 구술하고 연극적으로 재연했다. 집회소 안팎에 ‘집 속의 집’을 짓고 해체함으로써, 본래 접근할 수 없었던 매몰 시설의 핵심을 드러내고자 한다.
202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선정된 이력이 있는 쑤후이위(蘇匯宇, SU Hui-Yu)는 영상, 영화, AI 생성 이미지를 결합한 <우주 전사들과 디지그레이브>를 선보인다. 작가 특유의 ‘재촬영’ 방법을 이어가며, 계엄령 말기 1980년대 대만에서 일본 특촬물을 모방해 제작된 SF 드라마 <스페이스 워리어>를 다시 찾아가, 동아시아 집단주의·대중매체·가부장제 사이의 잠재적 연동을 탐구한다. 중정기념당의 이미지를 3D와 AI로 생성한 ‘디지그레이브’ 우주선으로 전환함으로써 거대 서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직된 역사로부터의 탈출을 모색하며, 이 작품의 기술적 복잡성은 오늘날 글로벌 AI 공급망 속 대만의 역할을 은유하기도 한다.
최근 2026 베니스 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에 대만 대표로 참가한 리이판(李亦凡, LI Yi-Fan)은 온라인 음모론에서 출발한 2019년 작 <important_message.mp4>를 선보인다. 정보가 반드시 진짜가 아닐 수 있다면,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욕망 또한 거짓일 수 있는가? 이 작품은 폭발적으로 정보를 섭취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진실과 허상을 구별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린위량(林瑜亮, LIN Yu-Liang)의 <희미한 그림자뿐>은 ‘그림자’와 ‘지도’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정보 환경 속에서 지각이 기술과 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구축되는지에 응답한다. 그림자의 비대칭성과 오독 가능성은 우리가 걷는 풍경이 이미 시스템에 의해 조준되고 위치가 파악되며 고정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림자는 경로가 되고, 우리는 그저 그것을 뒤따를 뿐이다.
정팅팅(鄭亭亭, Ting-Ting CHENG)의 <음성 해설>은 작가가 한 종군 기자를 인터뷰하는 세 개의 연속적이면서도 서로 닮은, 그러나 미묘하게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인터뷰가 진행됨에 따라 관객은 점차 그 인터뷰 대상이 실제 기자가 아니라 작가가 고용해 대화를 재연하게 한 배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며, 이를 통해 뉴스 영상의 프레임과 동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미디어와 관객 사이의 신뢰를 해체한다.
장원쉬안(張紋瑄, CHANG Wen-Hsuan)의 <데이터 용량 초과>는 디지털 시대와 전쟁 시기의 정보 과부하 현상을 탐구한다. 설치 정면에는 한국전쟁 당시 ‘정보 과부하’를 겪은 두 장소, 즉 대만 백색테러 시기의 수용소였던 뤼다오(綠島)와 전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이 나란히 배치된다. 이어지는 2채널 영상은 일련의 파편화된 1인칭 서사를 통해, 정보 과부하가 기억과 개인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파괴를 드러낸다. 이 작품은 2024 부산비엔날레의 위탁으로 제작되었으며,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 <File:\새로운 질서>의 일부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변화’를 예술적 방법론 삼아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복합적 위기에 응답할 가능성을 탐구한다. <인스턴스 던전: 회색지대> 속에서 대만 예술가들이 감시 기술, 역사적 기억, 지정학, 정보전 등의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것은 본래 대만이 오랫동안 지정학적 회색지대에 처해 온 실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준비 과정에서 대만 파빌리온 명칭이 겪은 우여곡절은 오히려 이러한 창작적 시선의 절박함과 필요성을 증명해 주었다. 결국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순조롭게 참가하게 된 것은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정신에 부합할 뿐 아니라, 대만의 예술적 에너지가 국제무대에서 창작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증명하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는 구체적인 실천이기도 하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
인스턴스 던전 : 회색 지대 Instance Dungeons: Gray Zone
- 전시 기간 : 2026.09.05 – 11.15
- 전시 장소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큐레이터 : 천샹원(陳湘汶, CHEN Hsiang-Wen), 린샤오위(林曉瑜, LIN Hsiao-Yu)
- 작가 : 정셴위(鄭先喻, CHENG Hsien-Yu), 루안바이위안(阮柏遠, JUAN Po-Yuan), 쉬저위 & 천완인(許哲瑜 & 陳琬尹, HSU Che-Yu & CHEN Wan-Yin), 쑤후이위(蘇匯宇, SU Hui-Yu), 리이판(李亦凡, LI Yi-Fan), 린위량(林瑜亮, LIN Yu-Liang), 정팅팅(鄭亭亭, Ting-Ting CHENG), 장원쉬안(張紋瑄, CHANG Wen-Hsuan)
- 주최 : 국립대만미술관
공동주최 : 대만 문화부
특별 감사 : 대만현대문화연구소(C-Lab)
후원 : 국립대만미술관 아트 패트런(NTMoFA Patrons Circle)
